목. 11월 21st, 2024

최근 온라인에서 남편의 도시락을 싸는 주부들의 유튜브 콘텐츠가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예랑(예비 신랑) 점심’, ‘새벽 6시 도시락’ 등 남편을 위해 도시락을 준비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들이 가부장제를 강화하고, 여성의 역할을 남편의 보조로 축소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지난 8월 한 시민 A씨가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재조명되면서 이 논란이 다시 불거졌습니다. A씨는 글에서 “‘예랑이 점심’ 콘텐츠 속의 자발적인 사랑과 행복한 부부의 모습 너머에 숨겨진 사회적 맥락이 있다”며, 부부의 사적인 관계도 결국 사회 구조 속에서 형성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A씨는 새벽 일찍 일어나 남편을 위해 정성껏 도시락을 싸는 모습이 과거 가부장제 사회의 잔재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는 “남성은 일, 여성은 가사라는 전통적 역할 분담이 여전히 이상적인 부부 관계로 자리 잡고 있다면, 이는 가부장제가 다시 부활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또한, A씨는 이러한 콘텐츠가 여성들에게 좋은 아내의 역할을 강요하고, 그렇지 못한 여성들에게 죄책감을 심어줄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논란은 맞벌이 부부의 경우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습니다. A씨는 맞벌이 여성이 남편의 도시락을 싸는 것은 결국 추가 노동에 해당하며, 이는 “여성의 노동이 결혼 후에도 과소평가되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남편이 도시락을 받으며 돌봄과 가사 일을 회피하는 ‘큰아기’나 ‘큰아들’ 같은 역할을 유튜브가 무의식적으로 조장한다고 지적했습니다.

A씨의 글이 퍼지자,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유튜버를 향한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혼자서 하인 노릇이나 해라”, “밥 해주는 노예가 되었다”, “가부장제 홍보를 자처한다” 등 날선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반대 입장도 있었습니다. 일부 누리꾼들은 “서로 합의가 됐다면 문제가 없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도시락을 준비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냐”는 의견을 내놓으며, 유튜버를 비난하는 것은 지나친 간섭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논란은 남편을 위한 도시락 준비라는 사소해 보이는 행동이 여성의 역할을 어떻게 규정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로 이어지면서, 가부장제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