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27일 목요일, 유럽우주국(ESA)은 가이아 우주망원경에 마지막 신호를 보냈다. 이 메시지에는 통신 시스템과 중앙 컴퓨터를 종료하라는 지시가 포함돼 있었으며, 그렇게 ESA는 이 놀라운 우주망원경과 작별을 고했다.
가이아는 유럽우주국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우주 임무로 평가받고 있다. 그렇다면 왜 가이아는 멈춰야 했을까? 가이아는 어떤 업적을 남겼으며, 이 망원경이 많은 이들의 ‘최애’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연료 고갈로 인한 은퇴
가이아의 퇴역은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11년 이상 우주에서 활동한 끝에, 별을 관측하기 위해 필수적인 냉각 가스를 모두 소진한 것이다.
가이아는 2025년 1월 15일 마지막 관측을 마쳤다. 이후 ESA 팀은 몇 주간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가이아에게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진 ‘L2 지점’을 떠나 태양 궤도로 진입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L2는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다섯 개의 ‘라그랑주 점’ 중 하나로, 지구에서 약 150만km 떨어진 지점이다. 이곳은 태양 반대편 ‘어두운 면’에 위치해 있으며, 통신이 용이하고 태양광을 받을 수 있는 장점 때문에 우주 임무의 주요 거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 지점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수리 임무를 보낼 수 없기 때문에, 일단 도착한 우주선은 혼자 힘으로 생존해야 한다.
L2 공간 확보를 위한 퇴역
현재 L2에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미국, 유럽, 캐나다 공동 운영), 유럽의 유클리드 망원경, 중국의 창어 6호 궤도선, 러시아-독일 공동의 스펙트르-RG 관측소 등이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L2는 매우 중요한 우주 임무의 중심지이기에, 사용이 끝난 위성과 우주 쓰레기를 신속히 정리하는 것이 필수다.
가이아는 마지막으로 추진기를 작동시켜 L2에서 멀어지도록 궤도를 변경했다. 이제 가이아는 태양 주위를 도는 ‘퇴역 궤도’에서 조용히 떠돌며 다른 임무에 방해되지 않게 됐다.
ESA는 퇴역 절차의 일환으로, 가이아에 작별 메시지를 소프트웨어로 입력하고 그동안 이 프로젝트에 기여한 약 1,500명의 이름을 전송해 기념했다.
가이아는 어떤 망원경이었나?
가이아는 우주에서 보면 마치 회전하는 중절모처럼 보인다. 이 망원경의 주요 임무는 우리 은하인 ‘은하수’의 정밀한 3차원 지도를 제작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가이아는 약 14억 6천만 개의 천체 위치와 운동을 고정밀로 측정했다. 또한 밝기 변화, 온도, 중력 정보, 별의 유형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해 수백만 개의 별에 대한 물리적 특성을 분석할 수 있도록 도왔다. 특히 수많은 별까지의 정확한 거리를 측정한 것이 가이아의 핵심 성과 중 하나다.
우주의 줄자 역할
나는 전파천문학자로, 지상의 전파망원경을 이용해 우주의 자기장을 가진 별들을 연구한다. 전파는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가장 긴 파장의 빛이며, 나의 주요 탐사 도구다.
하지만 가이아는 광학 망원경으로, 우리 눈에 보이는 빛의 파장을 관측하는 장비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이아의 데이터를 거의 매일 사용해 왔다.
오늘도 한 별이 얼마나 멀리 있는지, 얼마나 밝고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가이아 데이터를 활용했다. 가이아 이전에는 그 별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이러한 정보는 내가 연구하는 별들의 실제 밝기를 파악하는 데 필수적이며, 이는 별 내부와 주변에서 어떤 물리 현상이 일어나는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